종이 팔랑팔랑 넘겨가며 읽고 싶어요.
그러면, 연재되는 페이지 펼쳐놓고 손으로 필사해서(워드를 쓸 테니 필타인가) 제본해라. 그럼 된다.

그 삽질이 죽기보다 싫으면 작가에게 정중히 메일을 보내서 이만저만한 일로 내가 그대의 글을 제본소장 하고 싶으니 텍스트본을 메일로 보내주시는 은전을 베풀어주시면 자손만대 잊지 않겠노라 청하면 된다. 물론 그 메일에 몇명이나 되는 글쟁이가 응할지 의문이긴 하지만.



개인지는 만원을 넘으면 절대 안된다. 안 팔린다. 또 모르지. 극도로 매니악한 글을 쓰는 인간이라 따라다니는 팬들도 죄다 그런 인간이라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개인지의 상한 리미트는 대략 만원이다. 배송비? 따로 받았다가는 일 날지도 모른다. 이 사람들은 자기가 글쟁이한테서 직접 책을 사는 거지 배송비 무료 당일 배송 운운하는 인터파크나 예스24에서 책사는 거인 줄로 아는 인간 꽤나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아닐수도 물론 있다. 그러나 만원이 넘어가도 괜찮은 건 단권에 한해서다. 한 권에 쇼부 안나는 글은 절대로 권당 단가를 만원 이상으로 책정하면 안된다. 캐발린다. 절대 안팔리고 재고 남게 된다.

그러면 권당 만원이라는 돈이 나름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그런데 작가가 집에 윤전기랑 제본기 사다놓고 제본할 게 아닌 이상 기본으로 나가는 돈이라는 게 있다. 이 돈을 그나마 줄이기 위해서는 조낸 발품 팔아서 장당 10원이라도 싼 집 찾아야 하고, 둘째로 부수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저절로 신청부수 쌓일만한 글쟁이면 미쳤다고 제본하냐? 출판사에서 알아서 모셔가겠지. 고로 만원중에 대략 7천원 가량은 고스란히 인쇄소가 먹는다.

그럼 3천원 남네. 이건 배송비다. 우체국 등기우편 기준으로 대략 2천 몇백원 정도 들거다.(해외나 산간 도서지방 제외) 그러면 어? 그래도 권당 몇백원 남네? 하는 미친 놈들 꼭 있다. 그래. 권당 한 700원 남는다. 100부면 7만원이지.(풉) 이게 고료인 셈이다. 아놔 7만원 벌자고 쉴 때 못 쉬고 잘 때 못 자면서 글쓰는 그 미친 짓을 하라는 거냐. 게다가 인쇄소에 파일만 하나 척 보내주면 알아서 책이 주루룩 쌓이는 게 아니다. 종이 컨택해야지 교정 봐야지 책 다 나오면 가서 찾아와야지(이거 안할라면 택배로 받는 데에도 아마 착불비 들거다) 그리고 배송은 누가 하는데? 하는 일 없는 학생이면 모르겠다. 직딩이면, 점심시간에 몰아서 다른 사람들 눈치 봐가며 슬금슬금 배송해야 한다. 가끔 일 바빠서 배송 밀리는 때 분명 있을 거고, 그러면 분명히 돈줬는데 왜 책 안주냐고 지랄염병하는 인간 분명 있을 거다. 그리고 그 이전에, 가장 근본적으로 살게요 살게요 말만 찰떡이고 입금 안하는 인간 열에 한 명은 꼭 있다. 그리고 글쟁이가 지 글 제본해서 뭐 대단한 부귀영화라도 누릴 맘인 양 책값 너무 비싸다는 둥 아무 작가 아무 글은 얼마인데 하는 찌질병신들도 꼭 있다. 이건 뭐 글 쓰는게 죄도 아니고 제본한 게 더욱 죄는 아닐진대, 나에겐 죄가 되어 욕먹습니다(삼* 스님)인 거다.

개인지 내주세요 하는 건, 글쟁이더러 저 독박을 혼자 다 쓰라고 하는 거나 진배없다. 그런데 뭐? 종이로 팔랑팔랑 넘겨가며 읽고 싶다고? 이유 한번 고상해서 피눈물이 다 난다.



세상에 자기 말고 다른 인간은 죄다 자기를 위해서 존재하는 걸로 아는 같잖은 인간이 세상엔 너무 많다. 풉.
by 스타더스트메모리 | 2007/03/15 18:37 | GP01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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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는 내가, 읽을 사람을 위해 보이는 예의라고 해 두자. 그냥, 옛날 생각이 났더니 말이 길어졌다. 변명이라면 변명이고. ps) 좀전에 자건님이 보여주신 글 http://ms0083.egloos.com/1013676 그래, 바로 제 말이 이거예요 T_T 가슴으로 울었다, 정말. ps2) 그런 점에서 혈맥을 종이책으로 꾸준히 만들고 계신 타사우프님은 정말 능력자이심 ... more

Commented by dittored at 2007/03/17 19:08
...쪼금 많이 찔렸습니다.
저도 얼마 전에 평소에 좋아하던 작가님께 "종이 팔랑팔랑 넘겨가며 읽고 싶어요"
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역시나 부담스러우셨을까요.(;;)

사실 이 분의 글을 읽은지는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그 동안 개인지라든가 책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아서
성급한 마음에 떼 좀 썼습니다.
그런데 님 글을 읽고 나니 아차 싶었습니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출판이라던가 제본은 더더욱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개인지라든가 제본이 그렇게 삽질이 필요한 작업인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뭐, 이기적이라 하셔도 좋습니다;;)

사실 이 분께 그런 부담되는 글을 쓰기 전에
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인터넷에 연재되어 있는 연재본을
상당부분 필타하기도 했습니다.
근데 작가님께 말도 없이 그런 식으로 필타해서 써먹는 건 양심에 찔려서
도중에 그만뒀습니다.
또 난 이러저러해서 작가님 글을 제본소장하고 싶습니다.
하고 얘기할 베짱도 안 되서 이제나저제나 하다가
그분께 그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런...아차와 뜨끔이 교차하는군요..

Commented by dittored at 2007/03/17 19:19
그래도...
개인지가 나오면 돈이 몇만원이 되든지
배송비도 내가 다 부담하든지 상관없이
사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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